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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정경

[시민정경] 지역전환의 마중물 - 농어촌주민수당

by 웹진수이제 2026. 4. 23.

 

지역전환의 마중물 - 농어촌주민수당

박진도 (충남대)

 

 

 

사실이 아닌 담론으로서의 지방소멸론

 

  미셸 푸코는 『안전, 영토, 인구』(1978년)에서 통치의 대상이 영토에서 인구로 바뀌었고, 통치성의 핵심은 인구를 국가의 자산으로 보고 그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라 보았다. 지방소멸론은 국가가 인구감소를 내세워 지방을 통치하는 전형적인 통치 담론이다. 지방인구의 감소를 지방소멸이라고 해석한다. 그렇지만 지방인구 감소는 사실이지만, 그것이 곧 지방소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방소멸’이라는 말은 일본 총무성의 관변단체인 일본창생학회가 처음으로 만들었고, 우리나라에서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고용정보원이 수입해서 통계로 뒷받침하고, 언론에서 널리 사용하였고, ‘지방소멸대응기금’이란 정책 용어로 대중화되었다. 즉 지방소멸론은 지방의 인구감소를 국가, 연구기관, 언론 등 권력기관이 소멸이란 개념으로 구성한 담론이다.

 

이대론 4대 대도시도 20년 못 버텨… 지방소멸 못 막으면 ‘국가소멸’. 《서울신문》 2022. 07. 27.

 

정책과 제도로 밀어주는 지역소멸론

 

  ‘지방소멸’이라는 폭력적 언어는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기에 충분하다. 정부 각 부처는 지방소멸 대응을 앞세워 각종 대책을 수립해 부처 예산을 늘린다.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은 지방소멸을 빌미로 자기 지역(구)에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끌어오려 한다. 언론은 열심히 나팔을 불며 사람의 관심을 끌어 장사한다. 이른바 전문가들은 물 들어올 때 노 젓듯 각종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쏠쏠하게 재미 본다. 그런데 중앙부처 공무원, 정치인, 지자체장, 전문가 이들은 지방이 소멸해도 하나도 아프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들을 나는 지방소멸 팔이라고 한다.

  지방소멸로 가장 커다란 고통을 당하는 지역민들은 대책에서 소외되고, 소멸하는 동네에 사는 낙오자로 전락하고, 우리는 안 된다는 비관적 의식이 싹튼다. 지방소멸론자들은 사람을 인간이 아니라 인구로 인식한다. 이른바 소멸위험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그들이 왜 살던 곳을 떠나는 지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인구가 주는 것만이 문제이고, 인구를 늘리는 것만이 유일한 지방소멸 대책이다. 정책의 방향은 인구 늘리기이고, 그것을 위해 귀농·귀촌, 청년 유입, 공공기관 이전과 기업 유치가 필요하다.

 

지방소멸 담론의 대안 담론들

 

  담론 바꾸기가 주민 인식, 정책, 제도를 바꾸는 실천의 출발점이다.

  첫째, 언어를 전환해야 한다. 소멸이라는 부정적·수동적 언어 대신에 ‘전환’, ‘공존’, ‘회복’ 등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소멸위험지역 대신에 ‘전환이 필요한 지역’(전환지역)이란 말을 사용한다. 실천적 함의를 담아 ‘지방소멸’을 ‘지역전환’이란 말로 바꾼다.

  둘째, 지식체계(지표)를 전환해야 한다.

인구 중심의 지표를 사회적 자본, 삶의 질(행복) 지수, 지역 역량, 공동체 역량, 생태계 회복력 지표 등으로 바꾼다.

  셋째, 제도 및 정책을 전환한다.

인구를 자산으로 파악하고 그것의 효율성을 최적화하기 위한, 중앙정부 주도의 통폐합 중심 정책을 비판한다. 대신에 지역의 자생력과 회복력을 높이기 위해 지방분권 및 지방자치를 강화한다. 인구 유입 중심의 정책을 폐기하고, 지역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할 공동체 기반 정책을 실시한다. 농어촌 주민수당이 대표적인 정책이다.

 

(좌) 출처: busan.com . (우)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도 출처:  https://namu.wiki/

 

메가시티나 행정통합과 토건족

 

  우리나라의 수도권 일극 집중은 매우 심각하다. 역대 정권은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 다양한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였다. 그중 하나가 광역경제권 또는 메가시티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5+2 광역경제권은 구상 수준에서 끝나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동남권 특별연합’ 일명 부울경 메가시티로 되살아났다. 그렇지만 세 지자체 간의 갈등으로 무산되었다. 대구와 경북 사이에는 행정통합 논의가 진행되었으나, 이 역시 주민 반대로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다.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메가시티 논의는 이재명 정부가 ‘5극 3특 체제’로 지역주도의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국정 최우선 과제로 등장했다. ‘5극 3특 체제’가 최근 광역지자체의 행정통합 논의로 급선회하였다. 대전·충남에서 촉발된 광역지자체 통합 논의가 광주·전남 그리고 대구·경북으로 급속히 확산하였다. 올해 6월 지방선거를 통해 7월1일 광역특별시의 출범을 목표로 하면서, 지역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충남·대전, 전남·광주, 대구·경북 지역의 행정통합을 위한 특별법이 2월 12일 각각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고, 정부 여당은 2월 말까지 본회의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광역지자체 통합이 마치 과거 1980년대에 광주, 대전, 대구 등이 전남, 충남, 경북에서 직할시로 분리되었던 때와 마찬가지로 속전속결로 추진되면서 사람들을 당혹하게 하고 있다. 직할시를 분리한 것은 군사정부였고, 당시에는 지방자치제가 시행되기 이전이었지만, 지금은 국민주권정부이고 지방자치제의 역사도 20여 년이 흘렀다. 중앙정부 주도로 통합을 군사작전 하듯이 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통합을 위한 공론화와 숙의가 한 달 남짓한 짧은 기간에 몰아치듯이 진행되면서 답정너식 결론을 유도하고 있다. 통합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라고. 이는 민주적 숙의가 아니라 삼류 정치쇼에 가깝다.

 

  데이비드 하비는 『자본의 한계』(1982년)에서 자본은 과잉 축적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장기적으로 회수되는 고정 자산 형태(부동산, 인프라)로 투자하여 문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한다고 하였다. 부동산 개발이나 인프라 구축과정, 즉  자본의 시-공간적 수정 과정에서 지역의 불균형발전이 심화한다.

  전국의 동시 다발적 행정통합은 토목사업에 이해관계를 갖는 성장 연합으로서는 환호성을 지를 일이다. 4년간 20조 원을 행정통합 광역지자체에 각각 지원한다는 정부의 당근은 토건 자본에게는 단군 이래 최대의 기회가 될 것이다. 광역 통합 정책이 기득권(건설 자본, 지주)의 배를 불리고 국가 부채를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은 뻔하지만, 광역통합이 과연 그들이 내세우는 명분 즉 수도권 일극 집중과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출처:edaily.co.kr

 

 

규모의 거대화 보다 자치권과 분권

 

  통합론자들은 규모를 키워 수도권에 맞설 초광역 경제권을 만들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구 400만 명에 육박했던 부산이 왜 광역시 최초로 소멸위험 지역이 되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통합해봐야 대전·충남은 360만 명, 광주·전남은 320만 명에 지나지 않는다.

  부산은 규모가 작아서 쇠퇴한 것이 아니다. 중앙집권적 행정·재정 구조 속에서 독자적인 발전 전략을 수립할 권한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수는 국세로 흡수되고, 도시 인프라와 산업 육성은 중앙정부의 공모사업과 보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부산에 필요한 사업보다 중앙정부의 입맛에 맞는 사업을 따오는 데 행정력이 소모되었다. 단순히 인구를 합쳐 300~400만 명의 특별시를 만들어서 서울특별시라는 거대 블랙홀과 경쟁한다는 것은 신기루에 불과하다. 진정한 자치권과 분권 없는 통합은 몸집만 큰 종이 호랑이를 만드는 격이다.

 

  통합을 위해 4년간 20조 원의 통합지원금(행정통합교부세 등)과 행정통합보조금을 지원한다. 그렇지만 이는 한시적 촉진책일 뿐 재정 권한의 구조적 변화는 아니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5대 5(혹은 6대4)로 조정하고, 예산 집행의 ‘자율권’을 확대(포괄보조금제)하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오래된 희망 노래에 그쳐왔다. 중앙정부 중심의 집권적 분산 체계라는 재정구조에는 추호도 변화가 없다. 대기업 유치로 자체 수입 기반을 확충한다는 것도 희망 사항이지 실현 가능성은 낮다.

  정부는 거대 인프라와 광역교통망을 구축하면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프라가 없는 중소도시와 농어촌 입장에서 광역교통망은 양날의 검이다. 일자리와 서비스가 부족한 상태에서의 교통망 확충은 오히려 인근 대도시로 인구를 유출하는 빨대 효과를 심화할 뿐이다. 미셸 푸코의 통치성 관점에서 보면, 현재의 메가시티 전략은 전체 인구의 효율성을 위해 살릴 곳(거점 도시)은 살리고, 죽을 곳(농어촌)은 내버려두는 통치술의 전형이다.

 

지역 전환의 마중물 - 농어촌주민수당

 

사람은 통치의 대상(인구) 이전에 인간으로서 삶의 주체이다. 통계(인구, 효율성, 생산성, 평균 등)의 관점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구체적 삶과 권리가 중요하다. 인간은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주체이고, 태어나고 자란 공간에서 인간다운 서비스를 받으며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며 살 권리가 있다.

지역을 소멸 위기에서 살 만한 곳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지역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주민자치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주민들에게 의료, 교육, 교통, 돌봄 등 최소한의 사회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미 피폐할 대로 피폐한 지역이 회복할 마중물 즉 농어촌주민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지금 농촌경제는 너무 피폐하여 어떤 정책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물고기가 놀 물이 있어야 하듯, 농어촌주민수당으로 농촌경제에 물을 채워야 한다. 농어촌주민수당은 ①지역경제 활성화 ②주민 생활 안정 ③공동체 유지와 정주 기반 강화 ④국토·환경·문화의 다원적 기능 보존에 기여할 것이다.

 

농어촌기본소득과 농어촌주민수당의 차이

 

  내가 말하는 농어촌주민수당제도란 농어촌 주민이 수행하고 있는 국토·환경·문화·지역 지킴이 역할에 대한 수당을 주는 것이다. 정부는 농어촌기본소득의 시범 사업(10개 군 대상)으로 매월 15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농어촌기본소득은 지역소멸을 막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수당과 소득의 차이를 알아보자.

  첫째, 정부 사업은 군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해당 군에 사는 읍과 면의 모든 주민에게 지급한다. 따라서 도농이 통합된 시에 사는 농어촌주민(특히 면 지역 주민)은 시에 산다는 이유로 모두 배제된다. 따라서 심각한 불공정의 문제를 야기한다. 예를 들어, 정부의 소득 정책이 전면화되면, 강원도 홍천군은 인구 33,708명의 홍천읍 주민을 포함해 군민 66,167명이 모두 지급 대상이 된다. 그런데 같은 강원도의 삼척시민 60,800명은 홍천군보다 훨씬 인구감소가 심각하지만 시라는 이유로 모두 배제된다. 인구 622명에 지나지 않는 신기면 주민 모두 시민이라는 이유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읍과 면의 생활여건은 같은 농촌이라 해도 큰 차이가 있다. 농어촌주민수당은 지역소멸의 최전선이라 할 면지역(예, 인구 3천 명 이하)에 우선 지급할 것을 제안한다.

  둘째, 농어촌기본소득은 재원을 중앙정부 40%, 광역지자체 30%, 군 30% 부담으로 조달한다. 광역도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30.3%, 군 단위 기초자치단체는 17.2%에 불과하다. 전국 군 단위 지자체의 절반 가까이는 자체 재원으로 공무원 인건비조차 충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재정 부담을 둘러싼 갈등이 불가피하다. 명색만 지방비 매칭일 뿐 그 재원은 모두 중앙정부의 지방 교부금이다. 농어촌주민수당의 재원을 전액 국고 부담을 주장한다. 지방에 도로 닦는 일이 아니다. 지방소멸 대응이라는 국책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중앙정부의 지방소멸대응기금과 지방상생기금 그리고 국고보조금을 활용하면 재원 마련에는 문제가 없다.

  셋째, 농어촌기본소득은 전액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로 지급하고, 일정 기간 내에 해당 읍·면에서 사용하도록 한다. 매우 경직적이다. 특히 면 지역 주민은 사용처가 마땅치 않아 어려움을 겪는다. 농어촌주민수당은 일인당 최소한 월 30만원의 수당을 지급할 것을 주장하고, 절반은 현금, 절반은 지역화폐로 지급하여, 사용을 유연하게 한다.

동백전 카드 예시. 출처: KT corp.

 

  넷째, 농어촌주민수당의 10~20%는 지역공동체 기금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주민수당 일부를 공동기금으로 모아 마을이 직접 쓰게 한다면 학교 살리기, 돌봄, 문화 행사, 에너지 자립 등 다양한 사업이 가능하고, 지역의 자치 역량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살던 곳에서 늙어가기: 태어난 곳에서 살기 가능한 구조

 

  진정한 지역 균형발전은 규모의 경제라는 허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이 행복하고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삶의 질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통합시라는 거대 구조물을 짓기 전에, 그 막대한 예산을 중소도시와 농어촌이 사람 살 만한 곳이 되도록 하는 데 우선 투입해야 한다. 기초가 튼튼해지면 거점 도시는 자연스럽게 네트워크의 중심으로서 활력을 얻게 된다.

  주변 지역을 희생시켜 거점만 살리는 통합은 결국 거점 스스로도 고립되어 무너지게 만든다. 살던 곳에서의 늙어가기가 존중받아야 하듯, 태어난 곳에서의 살기가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지방시대의 출발점이다.

 

 

출처: 남원시청 누리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