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어촌의 유토피아 - 생태계 구축 방안
황종환 (전주대 /(사) 향토지식재산협회)
농산어촌 유토피아의 개념 및 비전
대한민국의 급격한 인구 감소와 농산어촌의 지방 소멸 문제는 단순한 미래의 경고가 아니라 우리가 피할 수 없는 현재 진행 중인 현실 과제이다. 2024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 중 60% 이상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고, 농산어촌 청년층의 도시 유출과 저출산, 고령화 현상은 인구 구조를 빠르게 붕괴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농산어촌 지자체가 기존의 산업클러스터 방안이나 대규모 공장 유치 및 기존 산업 재편만으로는 농산어촌의 실질적 지속가능성을 이루어내기 어렵다. 따라서, 농산어촌 유토피아 구축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하나는 농산어촌만의 자연생태자원, 기술, 문화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지식문화 공동체 산업 방안이다. 다른 하나는 베이비붐 세대의 급격한 은퇴와 도시의 과잉 비대화에 따른 도시 문제 해결을 도농 상생이라는 통합적 생활공간에서 융합하는 생태계 구축 방안이다.

농산어촌 유토피아란 무엇인가
농산어촌 유토피아란 농산어촌의 자연 및 사회경제적 환경 속에서 지역 구성원들이 상호협력을 통해 자아실현과 행복을 증진하고, 함께 행복한 지역공동체를 구현하는 이상적 사회를 의미한다. 따라서 농산어촌 유토피아 생태계구축은 농산어촌에 대한 특정 기준의 사회경제적 목표 달성 결과물이기보다 각 지역만의 차별적 정체성을 지닌 유무형의 지식문화에 기초하여 지자체·산업체·대학·연구기관·민간(관·민) 주체가 함께 협력하여 함께 실천해 나가는 유연한 과정이자 비전이다.
농산어촌 유토피아 추진 전략의 핵심은 지금 현실적 경고로 진행되고 있는 인구 감소, 청년 유출, 지방 소멸 위기 등 농산어촌의 지속가능성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도시민의 귀촌 욕구를 수용하여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의 과잉 비대화를 완화하는 도농 상생협력의 통합적 추진 전략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생태계 구축 추진 배경 및 목표
농산어촌 유토피아를 위해서 농산어촌 그 자체만의 시각을 넘어 농산어촌의 잠재적 인적 자원인 도시민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집단 은퇴 진행 현실과 도시의 과잉 비대화에 따른 독거노인, 청년실업 등의 문제점을 농산어촌과의 연계를 통해 도농상생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데 있다. 도시민의 인식 변화로 인한 농산어촌 체류, 정주, 체험에 대한 욕구가 커 가고 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기를 맞이하였다. 2023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도시민의 귀촌 희망 비율은 30-40%로 나타났다. 도시 문제의 심화로 인한 노인 빈곤, 독거 인구 증가, 청년 실업, 소상공인 폐업 등이 늘어나고 있다. 도시의 고속 성장에 따른 부작용은 농산어촌으로 인구 유입 수요를 발생시킨다.


농산어촌에 도시인구를 성공적으로 유입하기 위해서는 크게 인프라 구축, 공동체 역량 강화, 대상별 맞춤형 목표 등 3가지 측면의 과제가 있다.
첫째, 인프라 구축에서는 공장을 지어 단순 일자리를 제공하는 산업전략이 아니라 자연-사람(지식)-공동체가 조화를 이루는 산업 인프라 및 지속 가능한 미래지식 가치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둘째, 공동체 역량을 강화해서 지역사회의 자발적 운영 능력을 기르고 교육·문화·관광·복지 등 다원적 생태계 기능을 확산해야 한다.
셋째, 대상별 맞춤형 목표로 도시 청년에게는 시골이 일자리와 비전이 있어 살고 싶은 곳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신중년과 베이비붐 세대에게는 다양한 지역사회와의 포용과 가치를 발견하여 찾아오는 곳이 되게 해야 한다. 또 노년층에게는 아이, 다문화 가정, 이웃과 함께 품앗이하며 살고 싶은 곳이라고 분명히 느끼게 해야 할 것이다.
유토피아 생태계의 4대 성공 요소 및 현실 과제
하나는 인적 자본이다.
그동안 지방정부에서는 특정 산업 클러스터 유치, 정부 공모사업 선정 등을 중심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 지역에서 그와 관련된 일을 직접 수행할 전문가나 청년들도 없고 그 일들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후방 환경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없었다. 관련 연구나 기초사업만 수행하다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리하여 전문가나 청년도 곧 떠나고 말았다. 따라서 농산어촌 유토피아를 위해서는 기업발전을 우선으로 하는 사회에서 사람이 살기 좋은 사회라는 우선 가치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따라서, 인적 자본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과제는 청년, 중장년, 다문화 가정 등 대상별 지원 프로그램 및 생활 기반 제공에 있다. 구체적 실천 방안으로서 도시 신중년과 청년 세대가 협력하는 신경제 공동체 구축, 주택은행(빈집 개량, 주택 임대, 농촌형 공공임대 주택건설 등), 농지은행(마을 단위, 소규모 임대), 재능은행(지식, 정보, 기술, 유통, 의료, 교육, 문화, 예술 등), 프로그램 은행(햇빛연금 등) 등 다양한 시스템을 통한 도농 협력의 활동공동체 구축이 필요하다.
둘은 지식문화자본이다.
농산어촌의 주민과 도시 거주민을 위한 행복한 삶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만의 차별화된 다양한 지식문화자본을 발굴, 보호 및 활용할 수 있는 지식문화 공유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지역사회의 자본이다.
이 지식문화자본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방향은 지역민과 지역사회가 자신들 지역만의 고유한 전통 지식과 문화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귀중한 지식문화 재산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광범위하게 만들어내는 데 있다. 그를 위해서는 실질적인 교육을 통해 지역 전문가와 문화 생활인들의 발굴이 필요하다. 나아가 현실 과제로서 다음의 것이 필요하다. 하나는 지역특산물에 대한 지리적 표시제를 실효적으로 운영이다. 둘째는 명인·명장 및 잠재적 기능보유자에 대한 보호와 함께 청년 승계희망자를 연계시키고 지원하는 것이다. 셋째는 지역 대학 및 중소기업 보유 지식의 수요자 중심 융합 연계를 위해 소위 지역의 향토지식 재산 공동정보센터 설립 등이 필요하다.

셋은 생태자본이다.
농산어촌만의 아름답고 쾌적한 자연환경과 그 지역만의 다양한 생태자원이야말로 그 지역만의 지식문화산업의 원천을 이루는 기초자본이다. 따라서, 농산어촌의 핵심 방향은 그 지역마다의 유전자원, 지하자원, 환경자원을 지역 발전의 핵심 요소 자본이라는 인식을 철저히 하고 지역의 자연 생태자원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지역의 자연 생태자원 등이 기후 환경과 스마트팜(인공지능·데이터) 기술 연계, 지구온난화 방지 및 지역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모델로서의 역할을 확대하는 시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넷은 사회적 자본이다.
급속한 경제개발과 경제성장으로 인한 전통의 파괴로 도시는 과거의 상부상조 전통이나 두레나 품앗이 등 공동체적 유산이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농산어촌에는 아직 다양하고 풍부한 사회적 자본이 많이 살아있다. 사회적 자본은 구성원 간의 신뢰와 네트워크를 통해 총요소생산성을 높이고 사회적 비용(갈등)을 감소시키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그동안 농산어촌에서조차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부족했고, 사회적 자본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키워나갈 수 있는 교육과정이나 프로그램도 없었다. 따라서 앞으로의 농산어촌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에 있어서 그동안의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식 사업에서 벗어나, 일정한 범위 안에서 지역 주민과 귀농귀촌인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자발적 공동체 운동 및 품앗이 문화 등 사회적 자본의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본다.
결론 및 향후 방향
21세기 농산어촌 유토피아는 단순한 물건 판매를 넘어 사람이 직접 찾아오게 만드는, 향토지식자산의 글로컬 가치 사슬 생태계 구축에 달려 있다고 확신한다. 이를 위한 중요 과제가 기업 중심의 성장주도 정책이 아닌 사람 중심의 열린 향토 지식재산 생태계 구축이다. 그를 바탕으로 한 청년 창업, 신중년 투자, 노년층 복지가 융합된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 및 확산도 필요하다.
향토 지식자산을 중심으로 한 지식문화 공동체 산업은 어느 특정 개인이나 기업 중심의 단순제조나 서비스업이 아니라 지역공동체라는 공간적 범위에서 문화, 관광, 연구개발, 교육, 복지까지 연결된 다원적 복합산업이다. 따라서 향토 지식자산을 중심으로 한 지식문화 공동체 산업은 대기업이 아닌 다양한 중소기업, 청년 창업, 사회적 기업 등이 중심이 될 수 있으며, 지역에 기업과 사람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이고 머물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있다.
이러한 복합 기능이 결합하면 단순히 일자리를 만드는 수준을 넘어 사람이 살고 싶고, 배우고 싶고, 함께 미래 비전을 꿈꾸며 창업하고 싶은 공동체 공간이 된다. 이러한 향토지식 재산을 기반으로 한 지식문화 공동체 산업은 지역에 확실한 경제 순환 구조를 만들고, 도시민의 이주, 귀촌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그렇게 되면 지역 선순환 생태구조가 갖추어질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농산어촌의 지자체와 지역사회의 의지와 실행력이다. 농산어촌의 지자체와 지역사회가 향토 지식문화 공동체 산업을 단순한 산업정책이 아닌 인구, 문화, 교육, 복지가 결합한 종합정책으로 바라본다면, 중앙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사업, 농림식품부의 식품산업 활성화 정책, 국토부의 지역 주거 활성화 사업, 복지부의 통합 돌봄 지원사업, 교육부의 라이즈 사업까지 연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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