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우리는 어떻게 달라질까?
-챗지피티를 중심으로
송민석 (부산대)
일상이 된 인공지능
인공지능은 꽤 긴 역사를 가진 이야기 소재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한 인류의 몰락,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인공지능 등, 인공지능은 소설이나 영화에서 꾸준 히 다뤄지고 있는 소재다. 그리고 오늘날 인공지능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큰 인기 를 끌고 있다. 이제 인공지능은 더 이상 소설이나 영화 속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인공지능의 인기가 세계적이라는 것은 많은 정보통신기업에서 앞다투어 대화 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에서는 코파일럿, 구글에는 제미나이, 중국의 딥시크에서는 딥시크 등, 일일이 언급하기 힘들 만큼 다양한 인공지능이 출시되고 있다.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할 인공지능은 아마도 '챗지피티(ChatGPT)'일 것이다. 챗지피티는2022년 11월 30일, 오픈에이아이(OpenAI)에서 출시한 대화형 인공 지능 서비스이다, 챗지피티를 비롯한 최신 인공지능들은 이제까지 ‘인공지능’을 표방했던 서비스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예컨대 스마트폰의 빅스비나 시리, TV에 탑재된 음성인식 서비스는 사용자의 요청에 단순히 반응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날씨를 알려주거나 일정을 확인해 주고, 가전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정도의 단발 적인 소통이 가능했을 뿐이다. 챗지피티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진짜로’ 대화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챗지피티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인간의 말하기 방식을 학습하고, 우리와의 대화를 통해 또다시 새로운 내용을 습득한다. 이 과정에서 점점 우리와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게 된다. 기계(?)가 이해하도록 정제해서 메시지를 전 달하지 않더라도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챗지피티와 대화를 나 누다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챗지피티의 말투까지 사용자가 받아들이기 편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대화 속에서 우리가 무언가를 요청하면 챗지피티는 상당히 ‘인간적인’ 방식으로 반응한다. 가령 질문을 해보면 단순히 관련된 내용을 검색해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보들을 취합하고 정리하여 일목요연하게 제시하거나 다양한 예시를 덧붙인다. 고민 상담을 해보면 여러 가지 해결 방안을 제시해 주거나, 공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서로 대화할 때 활용하는 다양한 화법을 구사하는 것이다. 심지어 사용자와 어느 정도 대화 기록이 쌓이면 사용자가 선호하는 형식의 답변을 먼저 제시하기도 한다.
챗지피티는 또한 상당히 유능한 창작자이기도 하다.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여 외국어를 매끄럽게 번역하고, 논문의 주제나 개요를 작성하거나 관련된 참고문헌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프로그래밍을 위한 기본 틀을 잡아주고 그에 적합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제안하기도 한다. 간단한 그림을 그리거나 작곡을 위한 가이드를 제공하며, 영상 제작을 위한 스크립트를 작성해 주기도 한다. 3D프린팅을 위한 설계 도면 작성을 위한 가이드까지 제시할 수 있으니 거의 모든 방면의 창작에 기여할 수 있는 셈이다.
챗지피티에게 직접 물어본 결과, 사람들은 지식이나 상식을 묻거나, 학업이나 논문 작성에 도움을 받기도 하고, 고민 상담이나 일상적인 대화 및 잡담을 나누기도 하며, 코딩이나 프로그래밍에 관련된 질문을 던지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챗지피티와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인공지능은 어떻게 운영될까
챗지피티 뿐만 아니라 그림, 영상, 작곡 등 각 분야에 특화된 인공지능들은 이미 각자의 영역에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각자의 몫을 해 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하는 인공지능은 일종의 포템킨 파사드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사람들 중에 인공지능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미국(과 중국)에 기반을 둔 거대 기업이 운영하고 있는데, 그들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러한 서비스가 대부분 무료로 제공된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넘어, 어떤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일단 챗지피티를 비롯한 인공지능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유지하는데 투입되는 금전적 비용이나 전력 사용량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추정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지디넷코리아》의 2023년 기사에 따르면 챗지피티 운영 비용은 하루 약 70만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동아일보》의 2025년 기사에서는 챗지피티가 100단어 정도의 메일을 작성하는데 1,400Wh의 전력을 소비한다고 한다. 벽걸이형 에어컨을 1시간 가동하면 약 2,350Wh의 전력이 소비된다고 하니 비교해 보면 어느 정도의 전력 소비인지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또한 인공지능을 구동하기 위한 데이터센터는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2%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에이아이타임스》의 2025년 기사에 따르면, 챗지비티 운영에 사용되는 CPU의 전력효율이 개선되면서 비용과 소비 전력 모두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정확한 수치는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2025년 4월 챗지피티의 사용자가 5억 명을 넘었다는 《한겨레》의 보도를 고려하면, 효율이 향상되었다 하더라도 인공지능이 소모하는 자원은 여전히 막대한 규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을 운영하기 위한 데이터센터는 단순히 전력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다. 고도로 집적된 전자회로가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려면 내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대량의 깨끗한 물이 필요하다. 《한겨레》의 2024년 기사에 따르면, 챗지피티는 학습 과정에서만 최소 70만 리터의 물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또한 데이터센터를 유지하는 데에도 1,000Wh당 3.8리터의 물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지표누리》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2023년 총급수량은 약 67억 리터였다. 챗지피티는 학습 과정에서 사실상 전국민이 1년간 사용한 물보다 더 많은 물을 소비한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탄소가 부산물로 배출된다.
누가 인공지능과 만나는가
인공지능을 운영하는 데 이처럼 막대한 자원이 투입되는 만큼, 인공지능은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런 편리함을 과연 모두가 고르게 누리고 있을까?
챗지피티에게 주요 사용자층에 대해 물어보았다. 연령별로 보았을 때 사용자의 60% 이상이 34세 이하라고 답했다. 또 대부분의 사용자가 미국, 일본, 독일 등 고개발 국가에 집중되어 있다고 했다. 다만 인도 사용자가 10% 이상의 비율을 차지하며 예외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는데, 이는 영어 사용자가 많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하였다. 이러한 답변을 종합해 보면, 챗지피티를 활용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고개발 국가의 젊은 사람들인 셈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인구의 약 3분의 1은 여전히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전 세계 인구를 약 80억 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대략 27억 명은 인터넷에조차 접근하지 못하는 반면, 5억 명가량은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경험의 격차가 존재한다. 많은 인공지능 서비스가 성능이 더 뛰어난 유료 버전을 함께 제공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챗지피티는 월간 20달러 또는 200달러짜리 플랜을 제공하며, 25달러의 비즈니스 플랜도 제공하고 있다. 구글 제미나이의 경우 월간 29,000원의 프로 플랜과 12만원의 울트라 플랜을,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은 40,500원의 월간 플랜을 제공한다. 한 달에 20달러라는 비용이 큰 금액은 아닐 수 있지만, 무료와 유료 사이에는 심리적인 문턱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문턱을 넘은 사람들과 넘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서 인공지능 사용 경험은 동일할 수 없다.
오픈에이아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인공지능을 선도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딥시크는 중국에서 개발한 인공지능이라지만, 결국 인공지능의 개발의 주도권은 여전히 국제적인 패권을 쥔 국가들에 집중되어 있다. 인공지능은 이용자가 많을수록 더 빠른 기술 발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공지능 기술은 특정 국가들에 심각하게 편중되어 있다.
인공지능은 어쩌면, 지금의 양극화된 세계를 가장 명백하게 드러내주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동시에 그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함께 불러일으킨다.
인공지능과 무엇을 하는가
이렇게 막대한 자원이 투입되며, 소수가 활용하는 인공지능을 사람들은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더 높은 수준의 연구 성과를 내고, 더 효율적인 생산 활동을 위해 사용하고 있을까? 그래서 이번에도 챗지피티에게 사람들이 주로 어떤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지 물어보았다. 연구나 논문과 관련된 대화는 전체 대화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코딩과 관련된 대화는 15% 정도, 글쓰기와 관련된 창작에 대한 대화가 10% 정도를 차지한다고 대답했다. 전부 합쳐도 절반이 되지 않는다. 절반 이상의 사용자가 인공지능을 인터넷 검색 대신 사용하거나 수다를 떠는데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챗지피티를 그다지 ‘생산적인’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만들어 낸 것들은 인터넷 공간을 떠돌며 다양한 방식으로 유통되고 있다. 전문적인 기술이 없더라도 이미지나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면서 유튜브에는 완전히 새로운 내용의 영상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유리로 된 과일이나 채소를 써는 영상,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들을 만들어 그들끼리 대결을 벌이는 영상, 그림으로만 존재할 수 있었던 동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영상 등 기존의 형식에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내용을 담아낸 것이다. 그러나 그런 영상들은 대체로 일시적인 밈(Meme)으로 소비되고 사라지고 만다.
다른 한편으로 인공지능을 통해 이미지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거나, 전혀 다른 동영상을 이질감 없이 연결하는 기술이 가능하게 되면서 ‘딥페이크’라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다. 이는 사람의 얼굴이나 음성 등을 인공지능으로 학습해 재현하는 기술로, 할리우드에서는 사망한 배우의 얼굴을 재현하거나, 등장인물의 다양한 나이대의 얼굴을 연출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더 익숙하게 접하는 양식은 딥페이크를 이용해 가짜 뉴스나 성인물을 만들어 유포하는 형태이다.
또한 인공지능과 딥페이크는 저작권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인공지능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학습한 이미지나 영상물들이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결과물에 반영되면서, 많은 그림 작가나 영상 제작자들이 자신의 저작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챗지피티와 함께 놀기
비록 앞에서 부정적인 내용을 많이 언급했지만, 그렇다고 인공지능 자체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사실 챗지피티를 운영하는 오픈에이아이는 비영리기업으로 설립되었다. 《지디넷코리아》의 2025년 기사에 따르면, 오픈에이아이사가 얼마 전 영리화를 추진하였으나 이를 결국 철회하였다고 한다.
실제로 기존에 무언가를 파괴하거나 낭비해야만 만들 수 있었던 결과물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된 점은 긍정적이다. 예컨대 유압프레스로 멀쩡한 물건을 부수거나, 유리병에 음식을 담아 계단 위에서 굴려 깨트리는 등의 영상을 실제로 제작할 필요 없이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된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나 동물이 고통받지 않으면서도 더욱 세련된 영상을 만들어 낼 수있게 되는 것 역시 환영할 만하다.
지식에 대한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졌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물론 여전히 고도의 전문적인 지식은 일부의 사람들이 독점하고 있지만,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전문적인 지식에 접근하기 위한 단서와 기초적 실마리를 발견하기가 훨씬 쉬워진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사용될 수 있는 방식은 무궁무진하고, 인간과 인공지능이 연결될 수 있는 방식도 다양하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맺기 방식에 제약은 있지만 목적은 없다. 정보를 자본이 독점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벌써 그렇게 단정하는 것은 다소 섣부른 것같다. 오히려 지금까지는 인공지능과 함께 '놀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많이 드러난 것 같다. 그리고 여전히 인공지능과 만나지 못한 존재들이 너무 많다. 더 많은 이들이 인공지능과 만나게 되었을 때, 인공지능은, 그리고 인공지능과 맺는 관계의 양상은 또 어떻게 달라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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