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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

[마실] 북극항로 개척, 부산의 재도약 기회

by 웹진수이제 2026. 2. 12.

 

북극항로 개척, 부산의 재도약 기회

 

남기찬 (한국해양대학교) 

 

북극항로란? 

전 국민이 최근 자주 듣는 북극항로는 지리상으로 러시아 노바야제믈랴 제도와 베링 해협 사이의 북극해를 가로질러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해상 항로다. 이 항로는 러시아 인근을 지나는 북동항로와 캐나다를 지나는 북서항로로 구별되는데 우리가 얘기하는 북극항로는 러시아 쪽 항로를 가리킨다. 부산항에서 유럽으로 가는 최단거리 항로는 일본 북해도 북단과 러시아 캄차카반도를 지나 베링 해협 통과 후 북극해로 들어서는 것이다. 

북극항로 위치. 출처: 이투데이 // 부산항 기점 기존 항로와 북극항로 비교. 출처: 뉴스데일리(www.newsdaily.kr)

북극권에 영토를 소유하고 있는 나라는 러시아,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미국, 캐나다 등 8개국이다. 이들 국가는 북극 이사회를 구성해 북극해 개발, 환경 등의 문제를 주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북극이사회의 옵저버로 활동 중이다. 

 

최근 북극항로에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권 얼음이 녹아감에 따라 운송 거리 단축과 운송비 절감의 대안 노선으로 북극항로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환경 측면에서 북극의 눈물이 물류 측면에서는 혁명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럽으로 가는 해상 항로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약 20,000km의 노선인데, 약 35일~40일이 소요된다. 그러나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운송 거리가 약 5,000km 줄어들고 운송 시간이 10일 정도 단축되며 그에 따라 운송비도 25% 절감 효과를 얻을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북극항로는 여러 제약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선박 운항 가능 시기가 7월부터 11월까지 5개월 정도로 제한된다는 점이다. 또한, 화물선이 스스로 운항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얼음을 깨면서 앞서가는 쇄빙선을 따라가야 하며, 통과하는 모든 선박은 현재 러시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북극항로 운항 선대. 출처:www.express.co.uk

 

북극항로 이용 현황 및 전망 

북극항로는 이미 1978년부터 천연자원을 주로 운송하는 항로였으며 현재는 주로 러시아 화물선과 LNG 운반선이 이용 중이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총화물량은 2023년 기준 3,500만 톤으로 이는 같은 해 마산항에서 처리한 총화물량(3,113만 톤)을 약간 초과하며, 부산항에서 처리한 화물량(4억 3천만 톤)의 8% 정도에 해당한다. 수에즈 운하 통과 화물량 약 10억 톤과 비교하면 아직은 낮은 수치이다. 

 

러시아 정부는 2030년에 북극항로 이용 화물량이 2억 톤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온난화로 인해 2035년~2040년경에는 선박 통항 가능 기간이 8~9개월로 길어질 수 있다는 예측에 근거한 적극적 추정으로 보인다. 10년 후의 북극항로는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 확실하다. 얼음이 많이 녹으며 선박 운항의 제약이 줄고 운송비 절감 효과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수에즈 운하와 경쟁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면 북극항로 이용이 빠르게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점도 있다. 예측하기 어려운 빙하 상태, 기상 여건, 선박 관제 등으로 인한 높은 불확실성과 비용을 고려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또한, 극지방을 항해하는 비싼 선박 건조 비용과 선원 훈련 비용도 추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항로 단축으로 인해 절감된 비용이 추가 비용으로 인해 상쇄될 수도 있다. 정치적 요인 역시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가 러시아를 제재하면서 북극항로 상용화는 거의 중단된 상태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 선박만이 항로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극항로 개척과 부산항 

부산항 현황 

부산항은 컨테이너 화물 처리에 특화된 항만이다. 잡화 등 일반화물이 감천 부두에서 일부 처리되지만, 부산항의 총 물동량 중 90% 이상이 컨테이너 화물이다. 이들 컨테이너는 수출입 화물과 환적 화물로 구성된다. 수출입 화물은 우리나라 화물을 가리키고, 환적 화물은 제3국 화물을 말한다. 환적 화물은 교통에 있어서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갈아타는 환승 여객과 같다. 미주, 유럽 등 주요 경제권역을 연결하는 대형 선박이 기항하지 않는, 우리나라 주변 국가의 중소형 항만에서 소형 선박을 이용해 부산항으로 화물을 옮긴 후 다시 대형 선박으로 옮겨 싣는 형태다. 자국의 수출입 화물보다 다른 국가로 오가는 환적 화물 처리 비중이 높은 항만을 환적 중심 항만이라고 한다. 부산항은 싱가포르항에 이어 세계 2위 환적항만이다. 부산항에서 환적되는 화물의 주요 출발지나 목적지는 중국, 일본, 미국이다. 

 

2023년 부산항에서 처리한 총 컨테이너는 길이 20피트(6m) 박스로 2천3백만 개가 넘는다. 가로로 연결하면 총 14만km에 달하며 지구 3바퀴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환적 화물은 1,241만TEU로 전체 컨테이너의 54%에 해당한다. 만일 환적 화물이 없다면 하역 작업과 관련된 항만연관산업의 수요가 지금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게 된다. 

 

환적 화물 유치에서 부산항은 중국, 일본 등 주변 항만과 비교해 비교 우위를 점하고 있다. 부산항은 전 세계 150개국의 500여 개 항만과 연결하는 촘촘한 해상운송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 덕에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침체기에 접어들었던 시기에도 부산항의 환적 화물은 증가해 지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부산항 신항 전경. 출처: 부산항만공사
부산항 신항 전경. 출처: 부산항만공사

 

북극항로 환적 거점 구축 기대 

이재명 정부는 북극항로 개척을 주요 국정과제로 발표했고 해양수산부와 우리나라 대표 해운 기업인 HMM(구 현대상선)의 부산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항을 북극항로 시대에 아시아 거점 항만으로 만들고, 이에 필요한 항만 인프라 개발과 해양·해운·항만과 연관되는 다양한 산업들에 대한 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북극항로 개척을 공약하는 이재명 대선 후보. 출처: 한국일보(www.hankookilbo.com)

 

동북아 최대 환적항인 부산항은 북극항로가 크게 열리면 지정학적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새로운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 즉, 기존 동북아 환적 거점에 북극항로 환적 거점 기능을 더하는 것이다. 현재 수에즈 운하를 통해 유럽으로 가는 일본, 중국, 대만, 동남아 지역의 화물이 잠재적 수요가 될 수 있다. 새로운 화물 운송 시장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환적 화물 증가는 항만 하역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부산지역 항만연관산업의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부산시는 2005년 ‘해양산업 육성조례’를 제정하고 부산을 해양수도로 만들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동 조례는 “해양산업”을 해운·항만물류, 수산, 조선·해양플랜트, 해양바이오, 해양과학기술개발, 해양환경·방재, 해양관광, 해양레저·스포츠 및 해양정보·금융 관련 산업, 해양 및 해양자원의 관리·보전과 개발·이용에 관련된 산업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부산광역시항만공사의 해양산업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해양산업의 총매출액은 약 60조원이다. 그중 해운항만산업 매출액은 약 43조원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 부산본부는 수상운수업의 외국 수요가 1% 증가하면 344억 원의 부가가치가 유발되고, 항만물류산업 종사자가 1% 증가하면 부산 지역 내 총생산(GRDP)은 0.12%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들 수치는 해운항만산업 부문이 부산 지역 내 총생산(GRDP)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함을 의미한다. 

 

이 외에도 북극항로 활성화는 조선, 에너지 등의 산업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조선업의 경우 북극항로 운항에 특화된 쇄빙선, 내빙선 등의 건조 수요 증가 역시 예상된다. 이는 부산지역의 전통산업인 조선기자재산업의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북극 지역은 천연가스, 석유, 광물 등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에너지 개발 및 해상운송산업 활성화도 기대된다. 

 

북극항로 개척 과제 

우리나라 수출입 화물 운송의 99% 이상이 해상을 통해 이뤄진다. 대한민국은 세계 수위의 조선 및 해운국이고 부산은 세계 2위 환적 항만과 특화된 조선 기자재 산업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부산이 나아가야 할 길은 해양이라고 감히 얘기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북극항로 개척을 단순히 북극항로 운송로 개척을 넘어 국가 및 부산의 미래를 위한 전략적 차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선적으로 북극항로 상용화 선점을 위한 북극항로 개척 이정표를 수립해야 한다. 현재까지 북극항로 개척에 관한 다양한 논의들이 이뤄지고는 있으나 종합적 관점에서 정리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북극항로를 개척하려는 목표지향적 상세한 계획 수립이 시급하다. 여기에는 북극항로 해운 및 복합운송 네트워크, 북극항로 화물시장, 국내 항만별 북극항로 비즈니스모델 구축, 소요 인프라 및 지원방안, 사업화 전략 수립 등이 포함돼야 한다. 

 

그런데 해운 기업들은 북극항로 운항이 아직은 이르다고 본다. 북극항로 개척을 이르게 가시화하는 선도사업을 먼저 시행해야 한다고 한다. 부산항과 유럽 환적 중심항을 순회하는 가칭 ‘K-북극항로 특급 셔틀’ 사업을 제의해 볼 수 있다. 최적 항로, 최적 운항 빈도, 내빙선 건조, 친환경 연료 사용, 화물 집화, 국제 협력, 항로 기상 및 모니터링, 위험성 해소, 기업 적자 해소, 재원 조달 등 분석이 요구된다. 동 연구 결과를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정부 사업으로 연결해야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북극항로 컨테이너 운송을 시작한 중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자극을 주고 있다. 중국은 2018년 북극 비단길을 공식화한 이후 북극권 러시아 지역의 항만, 철도 건설 등 인프라 개발, 러시아가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야말 LNG 프로젝트 등에 참여하고 있다. 2023년 중국과 북극해 러시아 지역을 잇는 정기 컨테이너 운송을 시작한 후 2024년 7월 모스크바와 중국 상하이 닝보를 연결하는 북극 특급 복합운송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 러시아 제재에 상관없이 중국은 북극항로 선점을 시작한 것이다. 

 

북극항로는 현재 8개 국가가 영유권 다툼을 하고 있다. 러시아가 북극항로를 통과하는 선박 운항 전반을 통제하는 점은 우리에게 가장 큰 난제이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북극항로 개척은 난항이 예상되므로 러시아 및 북극이사회 국가와의 협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외교적 노력 또한 절실히 필요하다. 

 

이외에도, 현재 논의되고 있는 북극항로 지원 특별법, 내빙선 건조를 위한 금융 지원, 인프라 구축, 인력 양성 등에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요구된다. 기업이 스스로 움직이기에는 위험과 비용 부담이 크므로 정부가 나서서 길을 열어줘야 하는 실정이다. 북극항로는 해운 항만뿐 아니라 동남권 지역의 조선, 기계, 에너지 등의 산업 생태계와도 관련된다. 따라서 부울경 메가시티 차원에서 북극항로 운항, 에너지, 자원, 쇄빙 선박, 북극항로 공급망 구축 등을 모색해 시너지 효과를 낼 방안도 필요하다. 

 

부산의 도약을 위한 발판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부산은 새롭게 도약할 기반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제 북극을 통한 해상운송이 재개될 수 있는 시점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때이다. 지경학적 불확실성, 기상 불확실성 등에도 불구하고 북극해를 가로지르는 북극항로는 아주 매력적이다. 시간과 비용 절감이라는 측면에서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에 이은 또 한 번의 물류 혁명을 부를 것이다. 동북아의 중심 환적항이 될 부산항은 노인과 바다의 도시라 불리는 부산이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